Now Loading ...
-
2025년 3분기 회고 (뜬금포)
2025년 3분기 회고록
왜 지금, 3분기인가
연초도 아니고 연말도 아닌 지금, 3분기에 회고록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올해는 나에게 정말 힘든 해였고, 그 과정에서 큰 심경의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내 삶을 돌아보고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1. 현재 재직 중인 회사 이야기
올해 회사에서 겪은 일
올해 가장 큰 변화는 팀장님의 부재였다.
겸직으로 다른 분이 팀장 역할까지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현실은 달랐다. ‘겸직’이라는 말은 이름뿐이었고, 팀장 역할은 팀 내에서 근속 연차가 오래된 나와 또 다른 동료가 나눠 맡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본래 내 업무 외에도 새로운 책임들을 떠안게 되었다. 대표님께 직접 보고할 비전과 전략 PT 준비 같은, 원래 내 역할을 넘어서는 일들도 맡아야 했다. 자연스럽게 조직장과 사원급 사이의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감정적 소모도 상당했다. 이제는 단순히 내 업무만 잘한다고 되는 연차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책임은 늘어났지만 권한은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조직장은 은근하게 나에게 사원급들의 업무를 지시하라고 압박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전히 일반 팀원일 뿐이었다. 아무런 공식적인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같은 팀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늘 따라다녔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같은 팀원인데 왜 이래라 저래라 하지?”라고 느낄까 두려웠다. 이 애매한 위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매일같이 심리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조직과 나의 관계 변화
올해를 돌이켜보면, 조직과 나 사이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분명히 아쉬움은 남았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실무 리더들이 잡는 방향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당장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다른 고객사에서는 충분히 불거질 만한 리스크를 미리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가 진행되곤 했다. 나는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범용적인 방안을 고민했지만, 조직은 “고객 요구사항을 빠르게 맞추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마치 성과를 빨리 만들어내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 있는 듯 보였고, 그 배경이 임원진의 지시 때문인지, 아니면 리더 선에서의 판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과정이 늘 아쉽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올해 나와 조직의 관계는 투명하지 않았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나 과제는 충실히 수행했지만, 그 반대로 내가 바텀업으로 올린 건의나 개선 요청은 실제로 반영된 적이 거의 없었다. 조직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는 명확했지만, 내가 조직에 기대하는 바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불균형 속에서, 나는 회사와의 관계가 일방적이라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업무와 성장, 그리고 한계에 대한 솔직한 심정
올해 내가 업무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낀 부분은, 단순히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무 속에서 발견한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다. 그것은 단순한 생각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고 실천에 옮기려는 행동이었다. 그 과정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힘이 조금씩 자라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도 있었다. 우리 회사는 아쉽게도 “당위성”을 지나치게 많이 따지는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심각한 문제라 하더라도, 당위성을 판단하는 사람이 동의하지 않으면 실행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개선안이라 하더라도, 같은 이유로 묵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당위성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다. 판단자의 개인적인 사견이 개입되기도 하고, 회사 인프라의 제약이 이유가 되기도 했다. 결국 나는 내가 고민하고 준비한 것들을 Best Practice로 구현해볼 기회를 자주 잃곤 했다. 문제를 개선할 의지와 실행력은 있었지만,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은 부족했다는 사실이 올해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한계였다.
나를 지탱해 준 것과, 나를 힘들게 했던 것
사실 올해 나를 지탱해 준 게 무엇인지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누군가의 격려나 어떤 환경이 나를 버티게 했다기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힘든 순간이 있을 때마다 그 채찍질이 멈추지 않게 했고, 어쩌면 그게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한 유일한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만약 올해가 조금 더 안락했다면 이렇게 회고록을 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이, 안정보다는 혼란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은 많지만, 굳이 다 꺼내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 2020년 1월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올해가 가장 힘든 해였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힘듦을 단순한 고통으로만 남기고 싶지 않다.
이 모든 시간을 양분삼아 더 단단하게 성장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2. 이직 준비 이야기
이직을 결심하게 된 배경
나는 기본적으로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같이 자기계발에 매달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믿고 나아갈 만한 무언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기술 스택이든, 조직 문화든,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시간을 들여 머물러도 괜찮다고 느낄 만한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회사 안에서 그 어떤 지향점도 찾을 수 없었다.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면 불만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단 하나라도 버팀목이 될 만한 요소가 없었다.
기술 스택은 오래됐지만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고, 조직의 문화나 구성원 간의 피드백 흐름도 단절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사람 간의 관계가 편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모든 것이 애매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동력도,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도 점점 희미해졌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직은 단순히 회피가 아니라, 다시 한 번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찾기 위한 선택이었다.
면접, 지원 과정에서 느낀 것들
지원 과정과 면접을 거치면서, 내가 내 커리어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동안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내가 쌓아온 경험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내 이력서를 본 사람들이 어떤 인상을 받을지,
그런 것들을 평소에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부족함이 면접 자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쉬웠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했다.
늦었다면 늦은 거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움직이기 시작한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다시 방향을 잡아보려 한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나를 더 나은 개발자로 만들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앞으로 내가 바라는 커리어 방향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우선 ‘좋은 회사’를 찾기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먼저 경쟁력 있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그에 걸맞은 환경과 동료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동안 나는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서 책임감 있게 일해왔지만, 이제는 그 책임감의 방향을 나 자신에게도 향하게 하려 한다.
내가 맡은 일의 완성도뿐 아니라, 개발자로서의 시야와 깊이를 넓히고 싶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의 필요성을 느껴서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커리어라는 건 회사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지금까지는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스스로 설계할 줄 아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3. 오랜 취미와 거리 두기
오랜 취미이자 친구 같았던 게임과의 관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게임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었다.
그 시절의 나에게 게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친구 같았다.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면 설레었고, 밤을 새워서라도 클리어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던 게임이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있다.
물리적으로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하루를 마치고 나면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거기에 돈까지 들어가다 보니, 문득 ‘내가 이걸 해서 얻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그저 즐겁기만 했던 일이,
지금은 어딘가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게임 대신 다른 것들에 눈을 돌리려 한다.
언젠가 다시 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 시절처럼 몰입하긴 어려울 것 같다.
게임을 대신해 채워야 할 시간과 마음
게임을 멀리하게 되면서, 하루 중에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예전 같았으면 그 시간에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스스로 고민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그동안의 여가시간은 늘 ‘게임이 정해주는 흐름’ 속에 있었다.
이제는 그 흐름이 사라졌고, 대신 내가 내 일상을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하루의 균형을 되찾으려는 작은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
아직은 완전히 익숙하진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시간을 통해 내 일상에 안정감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다.
일을 위한 하루가 아니라, 나를 위한 하루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
‘나’를 위한 새로운 여가와 성장의 가능성
맺음말
힘들었던 2025년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앞으로의 삶에서 지켜가고 싶은 태도
-
Touch background to close